질량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관성질량과 중력질량.

 

관성질량은 관성이라는 물리적 현상에 반응하는 질량이다. 자기의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는 성질인 관성은 상식적으로는 중력과 전혀 무관한 현상이다. 지구 위에서도, 달 위에서도, 그리고 중력장이 거의 없는 우주 공간에서도 어떤 물체가 가지는 관성은 다 똑같기 때문이다.

중력장에서 물건을 들어올리는 행위를 가지고 관성을 판단하면 안 된다. 지구 위에서 어떤 물건을 들어올릴 때와 달 위에서 똑같은 물건을 들어올릴 때는 분명히 힘이 다르게 든다. 중력이 더 센 지구 위에서가 더 힘들다. 이 경우는 중력에 반해서 물건을 끌어올리기 때문에 힘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중력과 무관한 조건, 대표적으로 중력과 직각이 되는 방향으로 어떤 물건을 움직일 경우 느끼게 되는 관성적 저항은 똑같이 느껴진다. 이것이 관성질량이다.

 

f = ma

 

즉, 어떤 관성질량 m에 가속도 a를 주기 위해서는 힘 F가 필요하다. 가속도 a를 주지 않으면 이 물체(관성질량)는 원래의 운동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

 

중력질량은 중력이라는 물리적 현상에 반응하는 질량이다. 어떤 중력질량 M은 중력장의 크기 (또는 중력장 가속도)가 g인 위치에서 중력 F에 해당하는 힘을 받는다.

 

F = Mg

 

어떤 물체가 있는데 이 물체의 관성질량 m과 중력질량 M이 서로 다르다고 일단 생각해보자. 이 물체가 중력장 g에서 자유낙하하게 되면 이 물체의 관성적 운동력은 ma로 표현되며 이 운동을 유발하는 중력은 Mg로 표현된다. 즉, f = F 인 상황,

 

ma = Mg

 

와 같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 물체의 가속도 a는,

 

a = M/m * g

 

로 표현된다.

 

그런데 우리가 아는 교과서적 상식으로는 중력장 안에서 자유낙하하는 물체의 가속도는 질량과는 아무 상관없이 일정하며 이 가속도가 곧 중력가속도다. 그러므로 M = m 즉, 중력질량은 관성질량과 동일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며 이것이 바로 아인슈타인 상대성 원리의 한 토대를 구축하는 등가성 원리다.

만약 관성질량과 중력질량이 동일하지 않다면 다음 두 가지 상황이 가능하다.

- 자유낙하하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무중력을 느낄 수 없고,

- 관성질량 대 중력질량 비율이 상수가 아니라 질량 자체에 종속되는 변수라면 질량이 서로 다른 물체는 낙하 속도마저 서로 달라야 한다.

 

현재까지의 물리학적 정밀 측정으로는 아인슈타인의 등가성 원리가 맞다는 쪽으로 실험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이 실험의 정밀도 자체는 현재 기억이 나지 않는데--; 여하튼 일부 과학자들은 아인슈타인의 등가성 원리가 우주의 근본 원리 중 하나라고 단정할 만큼의 정밀도는 된다.

그러나 정확히 또는 엄밀히 말하자면, 이 등가성 원리가 측정 정밀도 아래에서만 유효한 것인지, 아니면 측정 정밀도 바깥에서는 무효한 것인지 아무도 자신있게 장담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빛의 속도를 능가하는 어떤 현상이 우주의 근본 법칙에 의해 불가능한 것인지, 아니면 아직까지는 인간의 인지 수준 그 너머에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것이다.

 

* 중력에 반응하는 중력질량과 관성을 일으키는 관성질량은 얼핏 보면 말장난같지만 생각할수록 머리가 띵해진다.

* 중력질량과 관성질량의 독립적 관계는 전하를 가진 질량으로 비유해서 생각해볼 수 있다. 아무리 무거워도 전하가 없다면 이 물체는 전자기장에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 에른스트 마하는 관성이라는 것은 우주의 다른 모든 물질과 연관된다고 했다. 만약 그의 가설이 맞다면 관성이라는 것은 결국 독립적인 어떤 현상이 아니고 우주의 기존 힘(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에 종속되는 부수 현상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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